네 다리 소반위에 죽 한 그릇..

2008. 4. 3. 13:15old/그외 글모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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네 다리 소반 위에 죽 한 그릇.. 얼마전에 바꾼 제 블로그 제목입니다.

이전 "웹개발자로 거듭나기"가 계속 마음에 안들어서(사실 개발자라 하기 민망해서..;;)
뭘 할까 고민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한시의 구절이 떠올랐으니..
그것이 바로 "사각송반죽일기(四脚松盤粥一器)" 라는 김병연(김삿갓)
무제(無題)라는 한시에 나온 첫번째 구절이랍니다.

  四脚松盤粥一器 (네 다리 소반 위에 멀건 죽 한 그릇)
  天光雲影共徘徊 (하늘 빛과 구름이 함께 떠도네.)
  主人莫道無顔色 (주인이여, 미안해하지 마시게)
  我愛靑山倒水來 (내 물에 비친 청산을 좋아한다네.)

군 제대 후 대학2학년으로 복학 했을 당시 한시감상이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알게 되었던 한시입니다.
(아마 이때부터 한시가 조금씩 재미있어졌던 기억이...)

방랑시인 김삿갓에게 가난한 선비가 허멀건 죽한그릇 대접하며 미안해하자
"나는 물에 비친 청산을 좋아하니 그런 말 하지 마시오" 라며 주인에게 대답했다는 이야기입니다.
어떤 이는(아마 거의 드물겠지만..) 죽 한그릇뿐이 안주냐? 라는 식으로 알고 있는 분도 있는 듯 하지만..
어쨋든 저는 좋은 뜻으로 받아 들이고 있답니다.

가난한 선비는 차마 대접할 것이 없어 허멀건 죽한그릇을 내오면서 미안해하고,
또한, 삿갓은 그 모습을 보고 청산도 좋아한다며 고마움의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.
요즈음 세상에서는 극히 보기 힘든 상황이 아닐 수 없지요~;;

어릴적 시골에 살면서 보아왔던 인심이 그리워지는 생활을 하다보니
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.
그리고 스스로 그렇게 변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..

조금더 情이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~^ㅇ^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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